kernel0님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거의 1년만에 새로운 리뷰 갑니다;;; 데헷♡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2009년 하반기 3대 기대작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언차티드 2 :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네요.
이 워낙 훌륭한 게임이다보니 발매 당일 달려가서 사긴 하면서도, 게임 플레이 더 새로운 거 나올 거 있나, 전작 비슷하지 않겠어, 뭐 그런 느슨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웬걸. 10점 만점에 11점 운운하는 소리가 납득이 갑니다. 금요일에 사서 자고 토요일 오후에 깰 때까지 잔 시간 빼고 패드를 놓지 못했는데,
네요. 한마디로 미친 게임이예요, 이거.
2편이니까 두 배 좋아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염
그러니까 여주인공도 두 배
언차티드 2를 클리어한 후의 소감은 이런 느낌입니다. 어느날 전학생이 한 명 왔는데 오자마자 시험에서 1등을 한 거죠. (언차티드는 너티독의 첫 차세대 게임) 그런데 다음 시험에서는 지난 번 시험 점수보다 확하고 점수가 더 올라갔는데,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ㅎㅎ 지난 번 시험은 전학 온 지 얼마 안되서 정신도 없고 해서 얼마 공부 못 했거든.", 뭐 이런 느낌? 전편 만들면서 이것저것 준비는 다 마쳤겠다,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아트 등 전 분야에서 개발 기간 내내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전편의 베이스 위에 새로운 것들을 쌓아올렸구나,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네, 언차 2 뭐 대단하겠어? 센 척 했지만 솔직히 이 이미지 보고
언제 나와요 아암ㄴ아ㅓㄻ 현기증 아흥앙ㅎ 젭라 상태였습니다
전 분야가 퀀텀 점프를 해버려서 뭘 꼽아야 하나 고민스럽지만, 일단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것이 차세대 플랫폼 액션이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배경과의 강화된 인터랙션이겠죠? 플랫폼 액션의 명가답다고 해야 할까요, 시작부터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기차에서 탈출하는 인터랙티브 시퀀스는 튜터리얼인 주제에 강렬한 체험을 제공해서 초반 몰입 제공과 조작법 강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플레이어의 조작에 딱딱 맞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이 매우 놀라운데, 마치 밸브의 시네마틱 피직스 컨셉이 게임 플레이와 융합된 느낌이예요.
인간적으로 게임 디자이너가 리습 기반 언어 쓸 줄 안다는 게 말이 됨?
너티독 이 반칙 회사 같으니라고
근데 사실 이 쪽은 뭐 우주 기술은 아니니 괜찮아요. GDC 2009의
유일한 언차티드 2 세션[gdconf]이 바로 이거에 관한 거였거든요. 너무 자세하게 기술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복잡해지니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
인터랙티브 시퀀스에 등장하는 액터와 소품이 각자 스크립팅된 액션을 수행하는데, 이게 타임 테이블 기반이 아니라 이벤트 드리븐으로 하니 좋더라' 뭐 이런 얘기예요. GDC가서 직접 들을 때는 '에~ 너티독 뭐야~ 이런 시시한 걸 발표해?' 이런 생각도 있었고 생산성에 의구심도 좀 있었는데 게임에 들어있는 인터랙티브 파트 복기해보면 닥버로우 타야겠네요. orz orz orz
짜증나게 졸졸 따라다니는 하인드는 하프라이프 2의 오마주가 아닐까?
진짜로 쇼크 먹기 시작한 시퀀스는
챕터 6에서 하인드의 공격을 받아서 건물이 무너지는 시퀀스네요. 몇 번 죽은 게 짜증이긴 한데 기술적으로 완전 쇼크였습니다. 이게 왜 쇼크냐면 물건의 움직임이야 물리 엔진이 계산해주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유포리아[naturalmotion] 같은 거 안 쓰면 진짜 대책 없거든요.
(근데 또 유포리아 모션은 간지가 안 나서 문제…) 바닥이 기울어진 방향과 정도마다 움직임을 다 손으로 찍어둘 수는 없으니 몇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섞어서 사용하게 됩니다.
완다와 거상[manari:vu]이 이 기술 하나로 전체 게임을 다 풀었던 건데 이제 그게 게임의 일부가 되었다는데서 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되네요.
멀티 플레이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데
헤일로나 기어즈 같은 게임을 갖고 싶다는 소니의 의지가 느껴지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복잡한
애니메이션 시스템[naughtydog]을 네트웍 너머로 동기화했다는 점이네요. 멀티 플레이 도중에 랙 걸려서 캐릭터가 앞으로 뒤로 튀고 이런 장면들 많이 보셨을텐데, 그냥 걷고 뛰는 게임만 해도 위치 동기화가 문제가 되는데
언차티드 2처럼 매달리고 점프하고 비틀거리는 다양한 모션을 동기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크라이텍도 그 훌륭한 모션 블렌딩 시스템을 만들고도 1인칭으로 게임을 만든 게 멀티로 애니메이션 동기화를 못 해서라는 카더라 통신이…) 오차 보정을 절차적 애니메이션이 커버하는 아이디어는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너티독이 어떻게 했을 지는 내년 GDC에 공개해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 이런 거 보면 한국이 온라인 게임 강국은 무슨… 뭐 이런 기분이예요. -_-
인 게임 컷신의 라자레비치의 놀라운 퀄리티는
nVidia 휴먼 헤드 데모를 연상시킨다
다음으로 놀라운 것은 역시 그래픽이겠지요? 전작의 그래픽도 훌륭했지만 메이킹 영상에 따르면
많은 그래픽 부하를 SPU로 옮겨서 여유가 생긴 김에 포스트 이펙트에도 투자했다, 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실제로
스크린 스페이스 앰비언트 오클루전[manari:vu]이나 DSLR 같은 고품질의 피사계 심도가 대번에 눈에 띕니다. 인 게임 컷신의 피하 산란도 굉장히 훌륭한데,
nVidia 휴먼 헤드[nVidia]와 유사한 느낌이랄까요? nVidia의 기법은 부하가 좀 쎈 놈이라 설마 이건 아니겠지 싶긴 한데 품질이 장난 아닌지라…. 발전된 간접광 처리일 수도 있겠다 싶은데 하여튼 프리렌더 영상에 근접하는 퀄리티가 개발자로써 숨이 탁탁 막힙니다.
특히 인상적인 얼음 동굴
인간이 이걸 다 모델링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사실 언차티드의 그래픽 기술은 전편에서도 거의 현세대 극한 수준이었던지라 SSAO나 모션 블러, 피사계 심도, 색 보정 등에서 달라진 부분 말고는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트 쪽으로 넘어오면 이건 뭐 장난이 아니네요. 기술적으로 객체와 텍스처를 저렇게 많이 처리할 수 있나? 이것도 문제지만, 도대체
2년 가량의 개발 기간 동안에 전 레벨 어디도 화면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분량의 배경 애셋과 텍스처를 만든다는 게 가능한 건가요?
전편(좌)과 2편(우)의 야외 조명 비교
비슷한 상황에서 블랙의 비중이 높아져서 노출차가 강조되고
조명의 색상도 어딘가 밋밋한 전편에 비해 훨씬 세련되어졌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또 인상적인 그래픽 상의 변화는 태양광의 묘사가 한층 더 훌륭해진 것입니다. 전편도 고채도의 트로피컬한 색감과 강한 컨트라스트를 바탕으로 야외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 수준이 한층 높아졌어요. 강한 빛에 디테일이 날아가는 묘사는 전작에도 있었지만 인지되는 노출차가 썩 크진 않았던 반면 이번 에서는 명부와 암부의 노출차가 훨씬 강조되었습니다. 전작과 이번 편의 스크린샷을 비교해보면 씬의 색상 계획이나 노출차의 묘사 등에서 라이팅이 훨씬 발전한 것이 확 와닿습니다. (노출차에 한해서는 바이오 하자드 5도 떠올리게 되는데, 역시 캡콤이 대단하긴 함…)
내가 지금 페르시아의 왕자 하는 거 아닌가 싶은 18장
이번엔 게임 플레이로 넘어가볼까요? 언차티드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게임 플레이의 종합 선물 셋트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총격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어즈 스타일의 엄폐고, 버튼 눌러서 시퀀스 따라가는 갓오브워 스타일의 근접 전투나, 노골적으로 완다와 거상이나 페르시아의 왕자 넥스트젠을 떠올리게 만드는 18장, 이젠 넘 뻔한 카체이스등 어디선가 본 거 같아! 싶은 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요.
이번 언차티드의 벽 레벨 디자인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넥스트젠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게 복잡한 심경인 것이, 이 정도로 다양한 액션을 한 곳에 모아둔 게임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전작과 달리 각 플레이의 완성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습니다. 벽 타기를 예를 들어보면, 분명히 전작의 벽타기는 '아 뭐 툼레이더도 어쌔신도 벽 타니 만들었구나', '걍 플레이 타임 늘릴려구 귀찮게 만들었네' 이런 느낌 뿐 재밌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잡는 부분의 배치나 봉 등의 존재가 페르시아의 왕자의 영향을 강력하게 시사하거든요? 문제는 이 게임의 18장이 페르시아의 왕자의 비슷한 파트보다 훨씬 재밌다는 점이죠;;;;;;;;
열차 시퀀스는 정말이지 기획의 승리
좀 길기는 하지만…
정말 전작과 달리 초반 몇 개 장을 진행한 이후로는 패드를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게임 플레이 자체가 천지개벽할 만한 새로운 거라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이미 뻔히 잘 알려진 게임 플레이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고 어떤 상황과 메타포로 색다르게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무지막지하게 했구나 싶어서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뭐랄까, 독특하고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를 탄탄하게 엮는 걸 고민하는 게 왕도란 진리를 재확인했어요. (게다가 이걸 2년만에 다 만들었어…)
이외에도 소개하지 못한 훌륭한 점들 정말 많고 메이킹 영상에서 보여주는 너티독의 기업 문화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은데, 하고 싶은 기분만 들 뿐 뭐 딱히 아는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없으니 요 정도에서 줄이도록 하지요. 전편까지만 해도 와 대단하다 너티독 짱 나도 열심히 일해야지 뭐 이런 느낌이었는데 후속편을 플레이하고 나니 정말이지 이 갭을 줄일 방법이 없겠다 싶은 기분이 드는 게 착잡합니다. 지금까지보다 한 열 배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으흑르흐흫흐흐흐르르흘흙